브리간다인 어비스 리뷰 — 평론 71점인데 스팀은 왜 34%일까?

브리간다인 어비스 헥스 전장 스크린샷 — 숲과 강이 흐르는 육각 격자 위에 아군 유닛이 배치된 장면
출처: Steam / Adglobe·Happinet·NIS America

브리간다인 어비스(BRIGANDINE ABYSS)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1998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시작해 2020년 ‘룬 전기’로 조용히 부활했던 그 컬트 전략 시리즈가, 6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성적표가 좀 이상합니다. 평론가 점수는 무난한데 스팀 유저 평가는 바닥을 치고 있거든요. 오늘은 “이 간극이 대체 뭔지, 그리고 5만 원 넘는 돈을 지금 낼 만한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첫 시리즈를 초등학생 때 형 어깨너머로 봤던 세대입니다.

6년 만의 신작인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

브리간다인 어비스는 스팀 기준 8월 26일 출시됐습니다(메타크리틱·일본 콘솔판 표기는 8월 27일). 개발은 애드글로브(Adglobe), 배급은 일본에서 해피넷, 서구권에서 NIS 아메리카가 맡았고 PC·PS5·스위치 2·Xbox 시리즈 X|S로 나왔습니다. 스팀 정가는 51,500원.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영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 간체·번체가 전부입니다.

평가 지표부터 보겠습니다. 메타크리틱은 PS5판 71점(6개 리뷰 기준, ‘복합적’), PC판 70점입니다. OpenCritic은 20개 매체 평균 73점으로 ‘Fair’ 등급, 추천율 45%. 딱 “나쁘진 않은데 특별하지도 않다” 구간이죠.

문제는 유저 쪽입니다. 8월 30일 오후 7시 기준 스팀 유저 평가는 전체 리뷰 175개 중 34% 긍정, ‘대체로 부정적’입니다(모든 언어·모든 구매 유형 기준. 스팀 구매자만 추리면 166개 중 33%입니다). 영어권 88개가 38%, 일본어 22개가 40%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낮습니다. 평론과 유저 사이에 이 정도 골이 파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브리간다인 어비스 전투 스크린샷 — 붉은 성벽 위에서 'Dragon Rage' 필살기가 터지는 장면
출처: Steam / Adglobe·Happinet·NIS America

그래서 뭐가 바뀌었길래

첫째, 캠페인 구조입니다. 대륙에는 25개 세력이 난립하고, 그중 6개 세력으로 스토리 캠페인을 플레이합니다. 편성 국면에서 영지를 관리하고 기사와 몬스터를 모으고, 침공 국면에서 육각 격자 위에 부대를 올려 싸우는 흐름은 그대로입니다. 고저차와 속성 상성이 승패를 가르는 것도 여전하고요. 여기에 서사를 무시하고 지도와 군대만으로 대륙 통일을 노리는 ‘미션 모드’가 따로 붙었는데, 공식 시스템 소개 기준 여기서는 24개국 중 하나를 골라 각자의 승리 조건을 좇습니다.

둘째, 접근성을 대폭 손봤습니다. 문제는 이 손질이 시리즈 팬들에게 정확히 반대로 꽂혔다는 겁니다. RPG Fan은 70점을 주면서 “복잡한 전략·택티컬 RPG 하이브리드 공식을 더 쉽게 만들려다, 이 시리즈를 컬트 히트로 만든 핵심 아이디어를 배신했다”고 적었습니다. RPG Site는 6/10점에 “전작의 실망스러운 후속작”이라고 못 박았고요.

셋째, 자유도가 줄었습니다. 스팀 부정 리뷰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지적이 이겁니다. 하드 난이도의 턴 제한을 이전 작품과 달리 끌 수 없고, 일부 거점은 스토리 이벤트가 발생할 때까지 침공 자체가 잠깁니다. 한 일본 유저는 “클래스 체인지 선택지가 줄었고, 레벨업은 전장보다 훈련이 효율적이라 시간을 들여 싸우는 게 괴롭기만 하다”고 썼습니다. 국취 게임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못 간다”는 건 꽤 치명적이죠.

브리간다인 어비스 광역 스킬 스크린샷 — 'Meteoric Doom' 화염이 숲 전장을 뒤덮는 장면
출처: Steam / Adglobe·Happinet·NIS America

좋은 점

  • 전장 그래픽과 3D 연출은 시리즈 사상 가장 좋아졌습니다. 스팀 긍정 리뷰에서도 “전투 맵과 3D 그래픽이 격단으로 좋아졌다”는 평가가 반복됩니다.
  • 100명이 넘는 기사·몬스터를 조합해 군단을 짜는 재미는 여전합니다. Niche Gamer는 8/10점을 주며 “전술과 자원 관리, 복잡한 시스템을 손에 익히고 나면 깊은 보상을 주는 게임”이라고 했습니다.
  • 6개 세력 캠페인 + 24개국 미션 모드로 볼륨 자체는 큽니다. DualShockers는 “첫 캠페인 18시간은 순수한 즐거움이었다”고 적었습니다.
브리간다인 어비스 컷신 스크린샷 — 안개 낀 계곡의 토리이를 향해 부대가 진군하는 'Invasion of Kazuranomiya' 장면
출처: Steam / Adglobe·Happinet·NIS America

아쉬운 점

  • 적 AI가 너무 쉽게 읽힙니다. DualShockers는 75점을 주면서도 “AI가 너무 쉽게 간파당하고 다양성이 부족해 재플레이 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흥이 빠져 결국 접었다”고 했습니다.
  • 연출·스토리 완성도가 발목을 잡습니다. Gameliner는 60점을 주며 “약한 스토리, 들쭉날쭉한 AI, 솔직히 형편없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초상화”를 지적했습니다.
  • 한국어가 없습니다. 텍스트 분량이 상당한 전략 RPG에서 51,500원을 내고 영어나 일본어로 읽어야 한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진입 장벽입니다.

추천 대상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지금은 아닙니다. 한국어도 없고, 평가도 갈리고, 무엇보다 이 시리즈가 왜 사랑받았는지 알기에 좋은 입구가 아닙니다. 전작 ‘브리간다인 룬 전기’를 먼저 찾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전작을 파본 고인물이라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스팀에서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긍정 리뷰조차 “브리간다인 시리즈라는 점과 얼마에 샀는지, 이 두 가지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분만 사시라”는 전제를 달고 있습니다. 칭찬이라기엔 각서에 가깝죠.

턴제 전략 자체가 목적인 분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파이어 엠블렘에 기지 건설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디스가이아는 숫자놀음이 조금 과하다고 느끼는 취향이라면 COGconnected가 말한 대로 “당신을 위한 니치”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급하게 정가로 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스팀에 무료 체험판이 올라와 있으니 손에 맞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마무리 한마디

컬트 시리즈가 대중을 향해 손을 뻗을 때 늘 나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문턱을 낮추면 원래 팬이 떠나고, 안 낮추면 새 팬이 안 온다는 거죠. 어비스는 문턱을 낮췄는데, 정작 새 팬을 부를 무기(연출·AI·현지화)가 안 따라와서 어정쩡한 자리에 서버렸습니다. 아직 패치로 만회할 여지는 남아 있으니, 저는 일단 위시리스트에 넣고 세일과 업데이트를 기다려 보려 합니다. 어차피 제 영어 실력으로는 세일 기다리는 동안 단어장이라도 봐야 할 것 같고요.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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