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문(Crimson Moon) 리뷰 — 평론 72점인데 스팀은 왜 59%일까?

크림슨 문 전투 스크린샷 — 붉은 갑옷의 네피림이 어두운 지하 통로에서 방패를 든 악마와 대치하는 장면
출처: Steam / ProbablyMonsters

크림슨 문(Crimson Moon)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2만 2천 원짜리 고딕 액션 RPG가 출시 일주일 만에 스팀 리뷰란을 전쟁터로 만들어놨습니다. 평론가들은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유저 평가는 ‘복합적’에서 좀처럼 못 올라오고 있죠. 오늘은 “이 게임이 진짜 별로인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점수가 깎인 건지” 그리고 “지금 사도 되는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이 사태의 주범은 키보드입니다.

2만 2천 원짜리 데뷔작이 왜 화제가 됐나

크림슨 문은 2026년 9월 1일 PC(스팀)·PS5·Xbox Series X|S로 동시 출시됐습니다. 개발과 배급 모두 ProbablyMonsters가 맡았고, 스팀 공지에서는 개발팀을 ‘Team Metal’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스탠다드 에디션 가격은 스팀 한국 기준 2만 2,400원(북미 19.99달러)이고, 2인 온라인 협동을 지원합니다.

ProbablyMonsters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이렇게 설명하는 게 빠르겠네요. 2016년 전 번지(Bungie) CEO 해럴드 라이언이 세운 스튜디오 그룹입니다. 큰 투자를 받고 출발했지만 2023년 코울드런 스튜디오 폐쇄를 포함한 정리해고, 2025년 초 추가 감원 소식이 이어졌죠(게임와이어·게임디벨로퍼 보도). 그런 회사가 내놓은 액션 RPG여서, 룻레벨칠 같은 매체는 이 게임을 아예 “ProbablyMonsters의 괜찮은 데뷔작”이라고 부르며 지켜봤습니다.

문제는 출시 직후 스팀 유저 평가가 한때 ‘부정적’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복합적’으로 기어 올라왔다는 겁니다. 9월 8일 기준 스팀 전체 리뷰는 2,767개, 긍정률 59%입니다. 같은 날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는 평론 9개 기준 72점, 유저 점수는 22명 기준 6.6점이고요. 평론과 유저 사이에 이 정도 간극이 벌어지면, 보통은 게임 바깥에 원인이 있습니다.

키 설정이 없는 PC 게임, 2026년에

첫째, 출시 당시 이 게임에는 키보드 리매핑과 마우스 감도 조절이 없었습니다. 2026년 PC 게임에서 기본값 취급받는 옵션 두 개가 통째로 빠진 겁니다. 왼손잡이든, WASD가 아닌 배열을 쓰든, 마우스 DPI가 높든 낮든 답이 없었죠. 이스케이피스트는 이 지점을 두고 스팀 리뷰가 얻어맞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둘째, 개발사의 대응은 빨랐습니다. 출시 당일 올라온 스팀 공지 ‘An Update on PC Keybinding’에서 “이번 주 안에 고치겠다”고 못 박았고, 이틀 뒤 패치 1.0.0.1(버전 162350)로 키보드·마우스 리매핑과 마우스 감도 옵션을 넣었습니다(공지 날짜는 모두 현지 시각 기준). 개발사 스스로 “완성도보다 속도를 택한 알파 구현”이라고 밝혔고, 남은 문제는 후속 패치에서 다듬겠다고 했죠.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회사는 흔치 않습니다.

셋째, 그런데 리뷰 점수는 한 번 떨어지면 잘 안 올라옵니다. 스팀 긍정률은 누적치라, 출시 첫 사흘의 분노가 계속 남아 있는 구조죠. 9월 8일 기준 59%에는 이미 해결된 문제를 지적한 리뷰가 상당수 섞여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크림슨 문 보스전 스크린샷 — 불타는 홀에서 거대한 보스가 뿜는 푸른 광선을 피하며 접근하는 플레이어
출처: Steam / ProbablyMonsters

게임 자체는 어떤 물건인가

크림슨 문은 몰락한 도시 길데나크를 무대로, 인간과 천사의 혼혈인 ‘네피림’이 되어 악마·언데드·뱀파이어를 썰어 넘기는 액션 RPG입니다. 구조는 미션 반복형입니다. 성소 ‘상투스 클리페우스’에서 장비를 갖추고 출격해, 한 판을 돌고, 전리품을 들고 돌아오는 사이클이죠. 클래스가 따로 없고 장비·무기 아트·축복(Boon)·천사 변신 조합으로 빌드를 만든다는 게 공식 설명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오해가 생깁니다. 스토어 문구와 예고편만 보면 소울라이크 액션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2인 협동을 전제로 한 로그라이크 성격이 강합니다. 스팀 한국어 리뷰 중에는 “소울이란 말에 혹해서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2인 협동 기반 로그라이크였다”는 지적이 그대로 올라와 있습니다.

전투 자체의 평은 나쁘지 않습니다. 아웃터헤이븐은 “20달러라면 쉽게 추천할 수 있다”며 80점을, CGMagazine도 80점을 줬습니다. 반대편도 만만치 않습니다. Game8은 58점을 매기며 복잡한 스토리, 좁은 무기 풀, 접근성 옵션 부재, 그리고 “치명적인 카메라”를 문제로 꼽았고, 게이밍트렌드는 60점을 주면서 전투에 ‘한 방’이 없어 지루해지는 구간이 있다고 했죠. 룻레벨칠은 70점으로 “걸작은 아니지만 데뷔작치고는 괜찮다”는 딱 중간 평을 남겼습니다.

크림슨 문 야외 보스전 스크린샷 — 오로라가 깔린 숲에서 나무 형상의 거대 보스와 맞서는 플레이어
출처: Steam / ProbablyMonsters

한국 유저들은 왜 더 차가울까

9월 8일 기준 스팀 한국어 리뷰는 6개, 그중 긍정은 2개입니다. 표본이 워낙 적어서 통계로 쓸 수는 없지만, 내용은 꽤 일관됩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언어입니다. 스팀 스토어의 지원 언어에 한국어가 없습니다.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독일어·스페인어(중남미)·일본어·포르투갈어(브라질)·중국어 간체는 들어가 있는데 한국어만 빠졌죠. 정작 스팀에 올라온 공식 예고편에는 한국어 자막판이 따로 있어서, 리뷰란에 “한패는..?” 한 줄만 남기고 간 분도 있습니다.

콘텐츠 볼륨 지적도 있습니다. 엔딩까지 본 한 유저는 필드 몹이 대략 10종을 넘지 않고 패턴도 두 가지로 압축돼 반복 플레이 흥미가 빠르게 떨어진다고 적었습니다. 효과 중첩 여부 툴팁이 없다는 지적, 호스트가 최고 난이도로 방을 열어도 게스트에게는 절반만 적용된다는 협동 모드 버그 제보도 있고요. 개발사도 9월 2일 공지에서 “버그로 신고된 것 중 일부는 게임 내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인정했으니, 설명 부족은 실제 문제로 보입니다.

크림슨 문 협동 플레이 스크린샷 — 붉은 카펫이 깔린 대성당 복도를 두 명의 네피림이 나란히 걷는 장면
출처: Steam / ProbablyMonsters

좋은 점

  • 2만 2,400원에 2인 온라인 협동을 붙인 액션 RPG입니다. 아웃터헤이븐(80점)과 데이원(75점) 모두 “이 가격이면 충분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 클래스 대신 장비·무기 아트·축복·천사 변신을 조합하는 빌드 구조라, 한 판을 돌 때마다 조작 문법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설계된 게 보입니다.
  • 개발사의 대응 속도가 빠릅니다. 출시 당일 문제를 인정하는 공지를 올렸고, 이틀 뒤 패치를 배포했습니다. 진행 중인 카메라·진행도·크래시 수정도 공지로 예고돼 있습니다.

아쉬운 점

  •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예고편에는 한국어 자막이 붙어 있는데 게임 본편에는 없어서, 자막 없이 스토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 몹과 보스의 종류가 적다는 지적이 스팀 유저 리뷰에서 반복됩니다. 반복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에서 이건 꽤 아픈 부분입니다.
  • 시스템 설명이 부족합니다. 옵션 중첩 여부, 장비 해금 조건 같은 정보가 게임 안에 없어서 공식 위키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Game8도 “게임이 자기 메커니즘을 플레이어에게 준비시키지 못한다”고 짚었습니다.

추천 대상

뉴비·라이트 유저 — 소울라이크를 처음 건드려보는 분이라면 진입 장벽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다만 영어 텍스트를 읽어야 하고, 최소 사양이 윈도우 11에 i5-8400/라이젠 5 2600, RAM 16GB로 잡혀 있으니 사양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고인물 — 소울라이크의 밀도 있는 1대1 보스전을 기대하고 들어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게임은 “짧은 판을 여러 번 도는” 쪽에 가깝습니다. 엔딩까지 걸린 시간이 데이원 리뷰는 약 10시간, 스팀 한국어 리뷰는 7~8시간대로 적혀 있으니 볼륨 기대치를 그쪽에 맞추는 게 안전합니다.

협동 게임을 찾는 분 — 여기가 이 게임의 진짜 자리입니다. 2만 2천 원에 친구 한 명과 붙어서 악마를 썰 게임을 찾고 있었다면 후보로 올려둘 만합니다. 다만 호스트-게스트 난이도 동기화 문제가 아직 제보되고 있으니, 급하지 않다면 카메라·진행도 수정 패치가 나온 뒤에 사는 쪽이 마음이 편할 겁니다.

마무리 한마디

게임 하나를 망치는 데 대단한 게 필요하지 않다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키 설정 메뉴 하나 빠졌다고 신작이 리뷰 전쟁에 휘말렸고, 이틀 만에 고쳤는데도 숫자는 그대로 남아 있죠. 개발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합니다. 저는 그래서 한글 패치가 나오면 사려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뒀는데, 생각해보니 한국어는 애초에 없어서 패치가 나올 데가 없더군요. 이럴 땐 그냥 영어 공부를 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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