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케미 팩토리(Alchemy Factory) 1.0 리뷰 — 20만 장 팔고 얼리액세스 졸업, 지금 사도 될까?

알케미 팩토리 스크린샷 — 여러 층으로 얽힌 거대한 자동화 생산 라인을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
출처: Steam / D5 Copperhead·Gamirror Games

알케미 팩토리(Alchemy Factory) 1.0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작년 12월 12일 얼리액세스로 시작할 때 개발사가 “6~12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9개월 만인 9월 8일에 정식 출시했습니다. 얼리액세스로 3년씩 끄는 사례를 여럿 본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눈길이 갑니다. 오늘은 “그 9개월 동안 뭐가 달라졌고, 할인가 1만 5,600원이 지금 낼 돈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컨베이어 벨트만 보면 밥 먹는 것도 잊는 부류입니다.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9월 9일 오후 스팀 스토어 페이지 기준, 전체 유저 평가는 2,364개 중 88%가 긍정으로 ‘매우 긍정적’입니다. 한국어 평가는 32개 중 29개가 긍정이지만 표본이 작으니 참고 정도로만 보시는 게 맞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의 최근 30일 평가는 101개 중 78%,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누적 88%보다 열 포인트 낮죠. 1.0 직전 몇 주와 출시 직후가 섞인 구간이라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지금 사는 사람”에게는 누적 점수보다 이쪽이 더 가까운 숫자입니다.

판매량은 개발사·배급사가 스팀 공지에서 직접 밝혔습니다. 얼리액세스 기간 누적 20만 장 이상. 1.0 출시를 기념해 2주간 20% 할인을 걸었고, 이게 역대 최저가라고 공지에 못 박았습니다. 정가 1만 9,500원, 할인가 1만 5,600원이며 9월 22일까지입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위아래로 쌓는 공장 게임

장르는 중세 판타지 자동화 시뮬입니다. 마법 견습생이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포션·주얼리·유물을 만들어 파는 구조인데, 이 게임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입체 설계’입니다. 컨베이어와 파이프, 설비를 평면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릴 수 있어서, 공장이 커질수록 위아래로 뻗어 나갑니다. 게임메카는 얼리액세스 시절 이 게임을 팩토리오 계열로 소개한 바 있고, 실제 조작 감각도 그쪽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가게 운영’이 붙는다는 게 차별점입니다.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선반에 진열하고 손님을 응대해 의뢰를 완료해야 돈이 됩니다. 판매까지 자동화해야 비로소 공장 설계에 집중할 시간이 생기는 구조죠.

알케미 팩토리 스크린샷 — 목조 지붕 아래 진열대가 늘어선 가게 내부에서 손님 캐릭터들이 오가는 장면
출처: Steam / D5 Copperhead·Gamirror Games

1.0에서 실제로 바뀐 것 세 가지

첫째, 화물차(Wagon) 물류 시스템이 들어왔습니다. 레일 기반이라 컨베이어보다 운송량이 크지만 설계와 계획이 훨씬 복잡합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화물차로 변신해 레일을 타고 공장을 둘러볼 수도 있고요. 후반부에 컨베이어만으로 물류가 병목되던 구간이 이 시스템으로 풀립니다.

둘째, 평판 시스템이 개편됐습니다. 이게 꽤 중요한데, 얼리액세스 시절 스팀 한국어 리뷰에는 물량을 올리면 명성도가 떨어져서 300~400개씩 팔리던 게 100개 수준으로 줄고 잉여 자원만 쌓인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8월 31일 작성, 작성 시점 약 51시간 플레이). 효율을 올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는 뜻이죠. 1.0 패치 노트에 개편이 명시된 항목이 정확히 이 부분입니다. 다만 개편 이후 데이터가 아직 며칠치뿐이라 “완전히 해결됐다”고 말하긴 이릅니다.

셋째, 손님 쪽이 두꺼워졌습니다. 그랜드 포털로 먼 도시 손님이 유입되고, 손님 이동 경로 로직 자체가 다시 짜였습니다. 음료 카테고리(브루 배럴)와 자동 투척 설비인 아케인 파운틴도 새로 추가됐습니다. 결국 생산·운송·판매 세 축이 서로 물리도록 손을 본 업데이트입니다.

알케미 팩토리 스크린샷 — 중세 마을 지붕 위로 열린 거대한 보라색 포털과 그 아래로 몰려드는 무리
출처: Steam / D5 Copperhead·Gamirror Games

좋은 점

  • 개발사가 처음에 말한 얼리액세스 기간(6~12개월)을 지켰습니다. 로드맵에 올린 항목들도 1.0에 실제로 들어갔고요. 이 장르에서 일정 약속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입니다.
  • 온라인 협동과 LAN 협동을 지원합니다. 라인 최적화 담당, 가게 운영 담당, 공간 설계 담당으로 역할이 자연스럽게 갈리는 구조라 협동이 겉돌지 않습니다. 1.0에 들어온 전용 서버는 패치 노트에 실험적 기능으로 표기돼 있으니 기대치는 조금 낮춰 잡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 스팀 창작마당으로 설계도를 구독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게임의 진입 장벽이 대개 “첫 라인을 어떻게 짜지?”인데, 남의 설계를 가져다 뜯어보며 배울 수 있는 건 뉴비에게 확실한 이점입니다.

아쉬운 점

  • 건설 조작이 뻣뻣하다는 지적이 영어권 부정 리뷰 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배치와 회전이 손에 붙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리뷰들은 대체로 얼리액세스 기간에 작성된 것이라, 1.0에서 얼마나 손봤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 자동화 대상별로 완성도 편차가 있습니다. 구매와 작물 재배 쪽은 자동화가 답답하다는 평이 있고, 공장 게임보다 팜빌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리뷰도 있습니다.
  • 1.0 당일에 이미 핫픽스(1.0.4917)가 올라왔습니다. 음료 생산 중 발생하던 크래시, 구버전 세이브 파일에서 스킬 포인트가 중복 환급되던 문제 등을 잡은 패치라, 정식 출시 초반 특유의 불안정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추천 대상

공장 게임 뉴비라면 좋은 입문작입니다. 팩토리오나 새티스팩토리의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졌던 분에게는 규모가 아담하고 목표가 명확한 이쪽이 더 맞습니다. 한국어를 정식 지원하고, 최소 사양도 i5-3570에 GTX 1060 수준이라 오래된 노트북에서도 시도해 볼 만합니다.

자동화 고인물이라면 1.0의 화물차 시스템이 볼 만합니다. 다만 규모 자체는 대형 공장 게임들보다 작으니, 수백 시간짜리 스케일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친구와 같이 할 사람에게 특히 권합니다. 온라인·LAN 협동 모두 되고, 공장 게임은 원래 둘 이상일 때 설계 논쟁이 재밌어집니다.

지금 사야 하나 하면, 20% 할인이 9월 22일까지고 개발사가 역대 최저가라고 밝힌 만큼 살 마음이 있다면 이 기간이 낫습니다. 다만 최근 30일 평가가 78%로 내려앉은 게 신경 쓰인다면, 핫픽스 몇 개 더 지나고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마무리 한마디

자동화 게임의 진짜 재미는 “효율을 올렸더니 오히려 손해가 났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평판 시스템으로 그 함정을 대놓고 파놨다가, 1.0에서 그 함정을 다시 손봤죠. 개발사가 유저 불만을 읽고 있었다는 뜻이라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밤 화물차 레일 깔다가 새벽 3시를 맞이할 예정입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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