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레거시 에디션 리뷰 — 15년 만의 부활, 근데 한글이 없다?

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레거시 에디션 공식 키아트 — 눈보라 속 산맥을 배경으로 투구를 쓴 검은 누메노르인 아간다우르가 버티고 선 메인 아트
출처: Aspyr Media 공식 프레스킷 키아트(GameDaily 재게시) / Aspyr Media·Warner Bros.

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레거시 에디션(The Lord of the Rings: War in the North – Legacy Edition)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예고도 티저도 없이, 8월 11일에 그냥 스토어에 올라왔습니다. 2011년작 3인 코옵 액션 RPG가 2019년에 전 스토어에서 삭제돼 7년 동안 살 수조차 없던 게임이었는데요. 스팀 유저 평가는 1,121건 기준 85% ‘매우 긍정적’이고, 가격은 2만 1천 500원(출시 기념 10% 할인 시 1만 9천 350원)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어가 빠졌습니다. 원작 PS3·엑스박스 360 국내판에는 한국어 자막이 있었는데 말이죠. 오늘은 “15년 만에 돌아온 이 게임을, 한글 없이 2만 원 내고 살 만한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원정대가 남쪽으로 갈 때, 북쪽에서는 무슨 일이

이 게임의 각도가 원래 좋았습니다. 프로도 일행이 모르도르로 향하는 동안, 북쪽에서는 사우론의 부하 아간다우르가 포르노스트에 군세를 모으고 있었다는 설정입니다. 플레이어는 두네다인 순찰자 에라단, 엘프 지식전승자 안드리엘, 드워프 투사 파린 셋 중 하나를 잡고 리븐델·로리엔·어둠숲·외로운 산·브리를 돌게 됩니다. 아라고른, 간달프, 엘론드, 아르웬은 카메오로 지나갑니다.

DualShockers는 8점을 주면서 이 각도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프로도나 레골라스가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게임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그 작음(smallness)이 게임을 서사시적으로 느껴지게 한다”고요. Game Critix도 4/5를 주며 “톨킨의 거대한 세계 안의 더 작고 더 사적인 전쟁을 만들어낸 것이 최대 성취”라고 평했습니다. 성우진도 노란 노스, 로라 베일리, 그리고 고인이 된 톰 케인입니다.

개발사는 스노우블라인드 스튜디오. 발더스 게이트: 다크 얼라이언스와 챔피언스 오브 노래스를 만든 던전 크롤러 계보의 팀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본질은 “톨킨 세계관을 입은 3인 디아블로”에 더 가깝습니다.

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레거시 에디션 스크린샷 — 눈 덮인 폐허에서 오크 무리와 근접전을 벌이는 세 영웅
출처: Steam / Aspyr Media·Warner Bros. Interactive Entertainment

레거시 에디션에서 실제로 뭐가 바뀌었나

첫째, 캐릭터 핫스왑입니다. 이번 판의 유일한 신규 기능이라 봐도 됩니다. 플레이 중에 세 영웅을 즉시 갈아탈 수 있고, 더 중요한 건 AI 동료의 장비·스킬·능력치를 전부 직접 배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 가장 답답했던 게 AI 동료였는데,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 거죠. 스팀 최다 추천 리뷰 중 하나는 “캐릭터 상시 교체가 게임 플로우를 완전히 바꾼다. 소모품을 캐릭터 간에 배분해야 해서 원작보다 훨씬 RPG처럼 느껴진다”고 적었습니다.

둘째, 온라인 코옵 복원과 분할 화면입니다. 온라인 최대 3인, 로컬 분할 화면 2인입니다. 특히 분할 화면은 원작 PC판에서는 아예 빠져 있던 기능이라 PC 유저에게는 사실상 신규 요소입니다. 다만 크로스플레이는 지원하지 않고, 원작(2011) 버전 소유자와도 코옵이 안 됩니다. 친구와 같은 플랫폼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60프레임과 편의 기능입니다. 구형 닌텐도 스위치를 제외한 플랫폼에서 60프레임을 지원하고, 파티원 체력·마나·경험치 바 표시, 적 타깃 락온, 오토세이브와 세이브 슬롯 추가, 다른 캐릭터가 발견한 숨은 보급품 표시 기능이 들어갔습니다. 원작 디럭스 에디션과 예약 특전 DLC도 전부 무료로 포함됩니다.

넷째, 그래픽은 손을 댔지만 얕습니다. 텍스처 개선과 앰비언트 오클루전 추가, 해상도 향상 정도입니다. 모델링과 지오메트리, 표정 애니메이션은 2011년 그대로입니다. 스팀 최다 추천 리뷰(1,112 추천)의 표현이 가장 정확합니다. “이건 리마스터도 새 엔진 이식도 아니다. 원본 엔진의 원본 게임에 패치를 얹은 재출시다.” ScreenRant도 7점을 주며 “최근의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같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기존 타이틀의 대형 업데이트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레거시 에디션 스크린샷 — 어두운 숲길에서 활을 겨눈 순찰자와 마법을 준비하는 엘프
출처: Steam / Aspyr Media·Warner Bros. Interactive Entertainment

점수는 아직 없고, 스팀은 85%입니다

메타크리틱은 아직 점수가 안 나왔습니다. 평론 4개 이상부터 공개되는데 8월 18일 기준 집계 평론이 2건뿐입니다. 오픈크리틱은 아예 페이지도 안 만들어졌습니다. 즉 “종합 점수로 판단하기”는 지금 불가능합니다.

개별 평론은 6.5~8점 구간에 몰려 있습니다. DualShockers 8점, Game Critix 4/5, ScreenRant 7점, WayTooManyGames 6.5점입니다. 톤도 비슷합니다. 톨킨 세계관 재현과 코옵은 좋고, 전투와 인카운터 설계는 15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

DualShockers의 지적이 구체적입니다. “구역에 갇힌 뒤 적이 쏟아지는 방식이 정말 기묘하다. 2011년에도 짜증났고 지금은 더 심하다”고요. WayTooManyGames는 6.5점을 주며 “매력적이지만 부정할 수 없이 조잡한 액션 RPG의 유능한 리마스터”라 요약하고, 결국 “열성 톨킨 팬에게만 추천할 만하다”고 결론 냈습니다. 스위치2 테스트에서 “사운드 믹싱이 기괴하게 작아서 TV 볼륨을 올려야 대사가 들린다”는 문제도 지적했고요. ScreenRant은 엑스박스 시리즈 X에서 간헐적 랙 스파이크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Netto’s Game Room의 한 줄이 이 게임을 가장 잘 압축합니다. “친구를 모아서 하면 멋진 여정이 된다. 혼자 하면 재미는 있지만 거친 부분들이 훨씬 두드러진다.”

국내 반응은 냉랭한데, 해외 스팀은 축제 분위기

해외 스팀 리뷰는 1,121건 중 85%가 긍정입니다. 논조가 재미있습니다. “18달러를 이보다 잘 쓸 방법은 없다. 섀도우 드롭이라니 믿을 수 없다. 친구 둘 구해서 해라”(추천 254), “Peak is back, gaming is saved!”(추천 537) 같은 반응이 상위를 채우고 있고, 심지어 최다 추천 리뷰 상당수가 게임 평가가 아니라 “이제 미들어스: 배틀 포 미들어스 1·2를 내라”는 요구(추천 876, 854)입니다. Aspyr는 실제로 향후 LOTR 클래식 추가 재출시 계획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국내는 좀 다릅니다. 인벤이 8월 12일에 “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15년 만에 깜짝 리마스터 출시”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는데 댓글이 0개입니다. 루리웹 정보 게시판 글(조회 8,046)에서는 “그냥 단순이식했나봄”(추천 14), “배경이나 인물 얼굴 그래픽이 PS3 느낌”(추천 13), “후속작도 아니고 요즘 시대에 이걸 다시 낸다고 누가 하겠냐… 당시에도 B급 턱걸이였는데”(추천 6) 같은 반응이 상위입니다. 물론 “이거 코옵 엄청 재밌었는데 ㅋㅋ”, “해외에선 다시 나와서 반응좋음” 같은 우호적 댓글도 있고요.

그리고 그 글에서 “한국어로 나올지 기대되네요”라는 질문에 “한국어 미지원입니다. ㅜ.ㅜ”라는 답이 달렸습니다. 스팀 지원 언어 9종에 한국어가 없고, 스팀 한국어 리뷰가 0건입니다. 2012년 1월 26일 국내에 한국어 자막판으로 정식 발매됐던 게임인데, 15년 뒤 재출시에서 한글이 사라졌습니다. 국내 관심도가 이렇게 빨리 식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게임메카가 2012년에 원작 리뷰에 붙였던 제목이 “애정만으로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였습니다. 점프가 없어 무릎 높이 언덕도 못 올라가고, 기본 공격 타격감이 밋밋하고, “장르가 액션 게임임에도 액션이 미흡하다는 아이러니”라고 적었죠. 그 지적들 중 해결된 건 사실 거의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 북부 전쟁 레거시 에디션 스크린샷 — 횃불이 켜진 요새 내부에서 드워프 전사가 도끼를 휘두르는 장면
출처: Steam / Aspyr Media·Warner Bros. Interactive Entertainment

좋은 점

  • 7년간 살 수조차 없던 게임이 정식으로, 온라인 3인 코옵과 2인 분할 화면까지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원작 디럭스 에디션과 예약 특전 DLC도 전부 포함입니다.
  • 캐릭터 핫스왑과 AI 동료 완전 커스터마이즈가 게임의 성격을 바꿉니다. 스팀 유저 리뷰가 가장 많이 호평하는 부분이고, 원작 최대 약점을 정확히 겨냥한 개선입니다.
  • 원정대 뒤편의 ‘북부 전쟁’이라는 서사 각도가 여전히 유효합니다. 유명 캐릭터가 아니라서 오히려 설득력 있다는 게 DualShockers·Game Critix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 1만 9천 350원(정가 2만 1천 500원)이고, PC와 스팀덱에서 60프레임이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RageQuitReviews는 가성비 항목에 최고점을 줬습니다.

아쉬운 점

  • 한국어 미지원. 원작 국내판에는 한국어 자막이 있었으니, 국내 유저 입장에서는 사실상 퇴보입니다. 대화 키워드 기반 로어 텍스트가 방대한 게임이라 체감이 더 큽니다.
  • 리마스터가 아니라 패치 수준입니다. 원본 엔진 그대로고, 텍스처는 저품질 업스케일이라는 지적이 스팀 최다 추천 리뷰의 핵심입니다. 원작 소유자 할인도 없습니다.
  • 전투와 인카운터 설계가 15년 전에 멈춰 있습니다. 동일 콤보 반복, 좁은 구역에 적을 쏟아붓는 웨이브 구조, 느리고 재미없는 도입부가 평론 다수에서 반복됩니다.
  • 잔여 기술 이슈가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작은 사운드 믹싱(WayTooManyGames), 엑스박스 시리즈 X 랙 스파이크(ScreenRant), 크로스플레이 부재, 구형 스위치의 60프레임·로컬 코옵 미지원입니다.

추천 대상

원작 팬이라면 사도 됩니다. 핫스왑과 AI 동료 제어만으로도 값을 한다는 게 다회차 플레이어들의 공통 증언입니다. 다만 그래픽이 새로워지길 기대했다면 실망할 겁니다.

코옵을 할 사람이 있다면 최우선 추천 대상입니다. 이 게임의 존재 이유가 3인 코옵입니다. 조건은 두 가지예요. 크로스플레이가 없으니 친구와 플랫폼을 맞춰야 하고, 한글이 없으니 파티원 전원이 영어 텍스트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규 유저이고 혼자 할 예정이라면 보류하시는 게 낫습니다. Push Square와 Nintendo Life가 충동구매를 만류한 이유가 그대로 유효합니다. 2011년 액션 RPG의 리듬을 감당할 수 있고 톨킨 세계관에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게임이고, 한글 텍스트가 필요한 라이트 유저에게는 권하기 어렵습니다. 출시 기념 10% 할인이 8월 24일까지니, 살 사람은 그 안에 결정하시면 됩니다.

마무리 한마디

발표도 없이 조용히 올라와서 스팀 85% 긍정을 받고, 최다 추천 리뷰 칸이 “다음엔 배틀 포 미들어스를 내라”로 채워지는 광경은 좀 뭉클합니다. 게임 자체가 명작이라서가 아니라, 살 수 없었던 게임이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는 거죠. 다만 국내 유저 입장에서는 15년 전에 있던 한글이 없어졌다는 게 계속 걸립니다. 저는 친구 둘을 섭외하는 데 먼저 실패할 것 같아서, 그 전에 영어 공부를 좀 해두겠습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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