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리폴리(Gallipoli)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베르됭, 탄넨베르크, 이손초로 이어진 1차 세계대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 8월 20일에 나왔는데, 상황이 묘합니다. 평론 매체는 90점을 던지며 “올해 최고의 FPS 후보”라고 하는데, 정작 스팀 유저 평가는 출시 당일 65%로 시작했거든요. 오늘은 “이 온도 차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지금 참호로 들어가도 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국내 반응의 절반은 윈스턴 처칠 욕이었습니다.
시리즈가 드디어 유럽을 떠났습니다
베르됭은 서부전선, 탄넨베르크는 동부전선, 이손초는 이탈리아 전선이었습니다. 이번엔 오스만 제국 전선입니다. 갈리폴리 반도의 안작 만 상륙과 V 비치, 메소포타미아의 크테시폰 사막과 쿠트 알아마라 시가전, 그리고 수에즈 운하 야간전까지 다섯 개 맵이 들어 있습니다. 시리즈 통틀어 지형 다양성이 가장 큰 작품이죠. 25 대 25, 총 50인 전투에 클래스는 장교·소총병·저격수·중기관총사수·들것병 등 10종입니다.
게임메카 8월 21일 [오늘의 스팀] 집계에서는 스팀 전 세계 최고 인기 게임 7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같은 날 모던 워페어 4가 2위, 스토커 2가 4위였으니 나쁘지 않은 자리죠. 다만 동시접속은 출시 당일 3,200명대, 8월 23일 기준 1,500명 안팎으로 규모 자체는 니치한 편입니다. 시리즈 누적 판매가 400만 장 이상인 프랜차이즈치고는 조용한 출발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습니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지원 언어 12종에 일본어·중국어 간체·터키어까지 들어 있는데 한국어만 빠졌습니다. 전작 셋도 마찬가지였으니 계보라면 계보인데, 진입장벽으로는 꽤 크게 작용합니다.

평론가들은 왜 90점을 줬나
첫째, 소재 그 자체입니다. TechTimes는 이번 작품의 의의를 “서구 게임업계가 10년간 회피해온 것 — 갈리폴리에서 플레이어를 승자 편, 즉 오스만 측에 세우는 일 — 을 BlackMill이 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갈리폴리 전투는 터키에서 ‘차낙칼레’로 불리는 국민 서사이자 무스타파 케말이 부상한 계기이고, 반대편에서는 호주·뉴질랜드 최대 추모일인 앤잭 데이의 기원입니다. 개발사는 터키어 풀보이스를 넣고, 터키 스토어에서는 아예 ‘차낙칼레’라는 제목으로 팔고, 차낙칼레 전투 사적지 관리청과 파트너십을 맺어 실제 세디딜바히르 요새에서 런칭 행사를 열었습니다. 무게 있는 소재를 무겁게 다룬 셈이죠.
둘째,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새 ‘익스페디션’ 모드는 모멘텀 기반입니다. 공격 측은 목표 점령과 적 피해로 모멘텀을 쌓고, 수비 측은 시간을 소모시켜 이깁니다. 여기에 다운·부활 시스템이 신설되고 들것병 역할이 강화됐으며, 중기관총 진지와 박격포를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 한국인 리뷰어는 “이손초는 장교·공병 화력이 셌는데, 갈리폴리는 기관총 반동이 세지고 장교 스킬이 간소화됐다. 헤비 거너로 원하는 곳에 기관총 진지를 지을 수 있어 재미있다”고 적었습니다.
셋째, 총기 감각과 연출입니다. DualShockers는 90점을 주며 “갈리폴리는 영국에겐 참담한 패배였지만 BlackMill에겐 완승”이라 했고, CGMagazine도 90점으로 “시리즈의 전면적 개선”이라 평했습니다. 볼트액션 한 발의 무게, 제압 사격에 조준이 흔들리는 감각, 셸쇼크 연출은 이 시리즈가 원래 잘하던 부분이고 이번에도 잘합니다. 터키 매체 Merlin’in Kazanı는 78점을 주면서 “여기선 서두르는 자가 죽는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스팀은 왜 65%로 시작했을까
TechTimes는 원인을 “밸런스 이슈와 온라인 멀티 초기 특유의 불만”으로 요약했습니다. 실제 스팀 리뷰를 뜯어보면 세 가지가 반복됩니다.
하나는 울트라와이드 스케일링 파손입니다. 21:9, 32:9 해상도에서 무기와 캐릭터 모델이 화면을 과도하게 가리는데, 개발사가 디스코드에서 “의도된 동작”이라 답해 반발이 커졌습니다. 둘은 성능입니다. “이손초보다 그래픽이 크게 좋아진 것도 아닌데 성능 하락 폭이 크다”는 지적이 많고, gagadget도 고사양 PC에서의 프레임 드랍을 짚었습니다. 셋은 친구와 함께 못 한다는 것입니다. 프리메이드 파티 큐가 없고, 진행 중인 서버에 난입할 수 없으며, 분대가 강제 배정됩니다. “친구 절반이 환불했다”는 리뷰가 추천을 꽤 받았습니다.
여기에 방향성 논쟁이 겹칩니다. 최다 추천 부정 리뷰는 “클래스, 다운 시스템과 메딕, 혼란스러운 시가 맵… WW1 게임 시리즈 같지 않다”며 배틀필드 1을 답습했다고 비판합니다. 반대편 최다 추천 긍정 리뷰는 정확히 그 반대로 “배틀필드 1이 못 해낸 걸 해냈다”고 씁니다. 같은 변화를 두고 팬층이 정면으로 갈린 셈이죠.
다만 숫자는 회복 중입니다. 출시 당일 368건 65%였던 평가가 8월 23일 기준 1,860여 건에 77% ‘대체로 긍정적’까지 올라왔습니다. 참고로 전작 이손초도 ‘복합적’으로 출발해 지금은 86%, 베르됭은 88%입니다. TechTimes가 “이 시리즈에 한해 출시 초 복합적 평가는 장기 품질의 나쁜 예측 지표”라고 쓴 근거가 이겁니다.
좋은 점
- 갈리폴리 상륙·사막 참호·수에즈 야간전까지, 다른 FPS에서 보기 힘든 전장을 다섯 개 맵에 담았습니다. 소재 자체가 이 게임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 봇이 공개 매치의 빈 슬롯을 자동으로 채웁니다. 니치 멀티플레이의 고질병인 ‘죽은 서버’ 문제가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고, PC·PS5·Xbox 크로스플레이도 출시일부터 지원합니다.
- 스팀 기준 23,250원(25% 할인가, 9월 3일까지). 시리즈 4작 번들은 3만 원이 채 안 되니, 입문 비용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아쉬운 점
- 한국어 미지원. UI·자막 모두 없습니다. 클래스와 장비 설명이 부실한 게임이라 언어 장벽이 체감상 더 큽니다.
- 울트라와이드 파손과 이손초 대비 성능 저하, 히트레그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개발사의 초기 대응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 모드 1종·맵 5종이라는 볼륨은 얇습니다. 여기에 코스메틱 DLC 8종이 출시일에 함께 올라와 “게임을 좋게 만들기 전에 팔 것부터 만든다”는 반감을 샀습니다.
추천 대상
베르됭·탄넨베르크·이손초를 해본 분이라면 사셔도 됩니다. 시리즈 팬 사이에서 “이손초에서 실망했다가 갈리폴리는 만족했다”는 후기가 눈에 띄게 많습니다. 헬 렛 루즈나 스쿼드 계열을 하다가 “너무 빡세다” 싶었던 분에게도 중간 지점으로 맞습니다. 실제로 한 한국어 리뷰가 “헬 렛 루즈가 너무 어렵다는 분께 추천”이라고 정리했더군요.
밀리터리 FPS 입문자라면 조금 기다리시길 권합니다. 한국어가 없는 데다 튜토리얼도 부실하고, 원샷 원킬에 제압 시스템까지 얹혀 있어 첫 매치에서 영문도 모르고 죽습니다.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식 빠른 템포를 기대하는 분,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쓰시는 분, 친구들과 파티 플레이가 목적인 분도 지금은 아닙니다. 시리즈 전례를 보면 한두 달 안에 패치로 상당 부분 정리될 가능성이 높으니, 무료 추가 맵 ‘Ali Al Muntar’와 성능 패치 이후를 노리는 게 합리적입니다. 다만 25% 할인이 9월 3일에 끝난다는 건 변수네요.

마무리 한마디
한국어가 없어서 국내에서는 사실상 무풍 상태인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깝습니다. 게임 소재가 서부전선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는 볼 이유가 생겼거든요. 사막 참호에서 마르티니-헨리 한 발 장전하고 있으면 그 자체로 낯선 경험입니다. 저는 루리웹 댓글 한 줄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요, “누군가가 저 세상에서 얼굴 시뻘게져서 화를 낼 게임이겠군”이었습니다. 처칠 경, 죄송합니다.
참고 출처
- [게임메카 — [오늘의 스팀] 테스트 앞둔 모던 워페어 4, 판매 2위로 쑥 (갈리폴리 스팀 인기 7위)](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79454)
- 루리웹 — 갈리폴리 출시 트레일러 스레드
- Steam — Gallipoli 스토어 페이지
- WW1 Game Series 공식 사이트 — Gallipoli
- BlackMill Games 공식 사이트
- Metacritic — Gallipoli 평점 페이지
- Tech Times — 평론 호평과 스팀 초기 복합 평가 분석
- DualShockers — Gallipoli 리뷰 (90점)
- CGMagazine — Gallipoli PC 리뷰 (90점)
- gagadget — 출시 동접·성능 이슈 보도
- Merlin’in Kazanı — 갈리폴리 리뷰 (78점, 터키)
- SteamCharts — Gallipoli 동시접속 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