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HOLUME(브이홀륨)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3명이 만든 1만 원짜리 파쿠르 게임이 출시 사흘 만에 스팀 리뷰 884건에 긍정 비율 97%,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찍었습니다(8월 24일 기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게임인데, 소개하는 매체마다 붙이는 수식어가 하나같이 ‘미러스 엣지’입니다. 오늘은 “이 게임이 그 공백을 진짜로 메우는지, 9천 원을 지금 써도 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현실에서 계단 두 칸도 조심해서 내려가는 사람입니다.
미러스 엣지가 그리웠던 사람들 앞에
VHOLUME은 8월 21일 스팀에 출시된 1인칭 파쿠르 어드벤처입니다. 정가 1만 원, 출시 기념 10% 할인으로 9,000원(8월 24일 기준).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고, 무료 데모도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스팀 누적 리뷰 884건 중 긍정 860건, 부정은 24건뿐입니다. 언어별로 쪼개도 영어 리뷰 597건에서 긍정 580건으로 비율이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동시접속은 1,200명 안팎으로 대작 수준은 아니지만, 3인 개발 인디로서는 충분히 이례적인 출발이죠. 다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메타크리틱에는 아직 평론가 리뷰가 한 건도 등록돼 있지 않고, 국내 매체 기사도 아직 안 보입니다. 지금 이 게임의 평가는 전적으로 유저 리뷰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왜 화제가 됐을까요. 개발진 이력이 한몫했습니다. 스팀 개발자 항목에 이름을 올린 세 사람 중 레오나르 르메트르(Léonard Lemaitre)는 FPS ‘STRAFTAT’의 공동 제작자인데, PC Gamer가 이 게임을 2024년 최고의 FPS로 꼽은 바 있습니다. PC Gamer는 지난 8월 8일 기사에서 VHOLUME을 두고 “미러스 엣지의 침울한 의붓자식 같다”고 소개했습니다. 파쿠르 팬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볼만한 이름이 붙은 신작이 나온 셈이죠.
파쿠르 게임인데, 음악이 우울합니다
보통 파쿠르 게임 트레일러를 켜면 브레이크비트나 묵직한 일렉트로니카가 깔립니다. VHOLUME은 정반대로 갑니다. PC Gamer의 표현을 빌리면 “가라앉은 앰비언트 신스에 외로운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얹혀” 있습니다. 무대는 아프로유라시아의 황폐한 수도, 모든 것을 통제하는 ‘미니스트리’가 지배하는 브루탈리즘 도시입니다.
이야기도 영웅담이 아닙니다. 주인공 로베르는 취소된 가족의 배급표를 되찾으려고 관공서를 돌아다닙니다. 스팀 상점 소개문이 직접 “관료주의가 단순한 일을 하나의 오디세이로 바꾸어 놓는다”고 쓸 정도죠. 콘크리트 정글에서 서류 한 장 때문에 벽을 타고 달리는 남자라니, 발상이 꽤 얄궂습니다.

버튼은 다섯 개, 깊이는 그 이상
첫째, 조작이 극단적으로 단순합니다. 데모를 다뤘던 리뷰 뉴스레터 Detective Dpad가 정리한 목록은 달리기, 점프, 월런, 슬라이드, 크라우치. 전부입니다. 파쿠르 게임 하면 따라오는 그래플링 훅이나 특수 장비 같은 게 없습니다. 대신 이 다섯 개를 어떤 순서로 이어 붙이느냐가 그대로 실력이 됩니다. 유저 리뷰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표현이 “배우기는 쉽고 숙달은 어렵다”인데, 대부분의 구간을 여러 조합으로 뚫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컨트롤러 완벽 지원이라 패드로도 굴러갑니다.
둘째, 맵이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놀이터’입니다. 같은 글에서 Detective Dpad는 스폰 지점에서 세 갈래가 열리고, 각 맵마다 랩 타임을 재는 레이스 코스와 함께 새로운 능력을 주는 아이템·구석에 숨겨진 비밀 방이 박혀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몇 시간을 순삭했다”고 하더군요.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뒤져볼 게 있다는 얘기입니다.
셋째, 혼자만의 게임이 아닙니다. 스팀 상점 기준으로 온라인 PvP, 순위표, 그리고 창작마당을 지원합니다. 친구와 실시간으로 달리기 시합을 하거나, 친구의 고스트 기록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파쿠르 게임에서 기록 경쟁이 붙으면 수명이 확 늘어나죠. Detective Dpad에 따르면 데모 시절부터 디스코드에 랩 타임을 공유하는 스피드런 커뮤니티가 붙어 있었다고 하니, 이 게임이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는 대충 보입니다.

좋은 점
- 스팀 유저 평가 97% ‘압도적으로 긍정적'(884건 중 긍정 860건, 8월 24일 기준). 영어권 597건에서도 97%로 거의 동일해, 특정 지역 팬덤이 만든 숫자가 아닙니다.
- 조작이 다섯 개뿐인데 대부분의 구간에 여러 정답이 있습니다. Detective Dpad는 “미러스 엣지 이후 처음 느껴본 명상적인 감각”이라 표현했습니다.
- 정가 1만 원에 무료 데모까지 열려 있습니다. 손에 맞는지 먼저 확인하고 살 수 있는 구조라 실패 비용이 사실상 0원입니다.
아쉬운 점
- 평론가 리뷰가 아직 0건입니다. 메타크리틱에 스코어가 없고 국내외 대형 매체 리뷰도 안 나왔으니, 분량·완성도에 대한 제3자 검증은 아직 없다고 봐야 합니다.
-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면 어긋납니다. 전투도, 총도 없고 회색 콘크리트와 안개가 전부입니다. PC Gamer도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로 ‘리미널 스페이스’ 감성을 꼽았는데, 그게 취향이 아니면 30분 만에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 3인 개발 인디라 분량은 대작 기준으로 볼 수 없습니다. 리뷰 수가 900건 언저리인 지금은 장기 업데이트나 사후 지원이 어느 정도일지도 아직 판단이 이릅니다.
추천 대상
미러스 엣지나 다잉 라이트 초기작의 달리는 맛이 그리웠던 분이라면, 지금 사도 됩니다. 사실 1만 원에 이 장르를 정면으로 다루는 신작 자체가 드뭅니다.
기록 경쟁을 좋아하는 라이트 유저라면 순위표와 고스트 대결이 있으니 짧게 끊어 즐기기 좋습니다. 반대로 스토리와 연출, 볼륨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조금 기다리셔도 됩니다. 평론가 리뷰가 붙고 클리어 타임 얘기가 커뮤니티에 쌓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애매하면 무료 데모부터 받아보세요. 이 장르는 결국 손에 붙느냐 아니냐로 갈리는데, 그건 5분이면 압니다.
마무리 한마디
3명이 만든 회색 콘크리트 게임이 배급표 하나 받으러 벽을 타는 이야기로 스팀 압긍 97%를 찍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이 그동안 대형 시리즈들이 슬금슬금 버려온 ‘달리는 재미’ 하나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저는 이 도시에서 배급표를 못 받고 굶을 확률이 높습니다. 벽 타다 떨어져서요.
참고 출처
- Steam — VHOLUME 상점 페이지
- Steam — VHOLUME 데모
- Steam 커뮤니티 — VHOLUME 유저 리뷰
- PC Gamer — 2024년 최고의 FPS를 만든 형제가 참여한 인디 파쿠르 게임
- PC Gamer — 브루탈리즘 메가시티 배경 프리러닝 게임 소개
- Metacritic — VHOLUME 평점 페이지
- Detective Dpad — ‘VHOLUME’ Could Be The Parkour Game I Always Wanted
- Niche Gamer — 미러스 엣지에서 영감받은 VHOLUME 데모 공개
- EGW News — VHOLUME 브루탈리즘 파쿠르 게임 공개
- Wikipedia — Straft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