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더 섀도우(Kill The Shadow) 리뷰 — 학생 프로젝트가 스팀 88%까지 온 이야기

킬 더 섀도우 키비주얼 — 붉은 달을 배경으로 담배를 문 주인공과 까마귀, 공장 지대가 그려진 메인 아트
출처: Steam / Shadowlight

킬 더 섀도우(Kill The Shadow)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8월 5일(한국시간) 조용히 나온 중국 인디 추리 어드벤처인데, 게임메카가 [숨신소] 코너에서 “이번 주 눈에 띄는 숨은 신작”으로 꼽으면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팀 유저 평가는 8월 20일 기준 251개 리뷰 중 88% 긍정, ‘매우 긍정적’입니다. 오늘은 “메타크리틱에 평론 한 줄 없는 이 게임이 왜 이 점수를 받았는지, 그리고 한국어로 즐길 만한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상하이 대학생 5명이 시작한 게임입니다

개발사는 상하이의 Shadowlight, 배급은 Phoenix Game(凤凰游戏)입니다. Tech Times 보도에 따르면 2022년 대학 졸업생 5명의 학생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3년 명일방주 개발사 하이퍼그리프의 인큐베이터 투자를 받고 살아남았습니다. 중간에 퍼블리셔와 결렬돼 스팀 등재가 삭제됐다가 2025년 3월에야 복구됐죠. 국내에서는 2025년 5월 네오위즈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인벤·게임메카를 통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88%라는 숫자가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배경은 가상의 도시 ‘다크 타이드 시티’입니다. 게임메카 설명대로 아편전쟁 이후 변형된 가상 중국이 무대인데, 연도 단위가 ‘대영력’이고 현대식 화기가 나오는 등 시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10년 전 사건 이후 공장 부반장으로 썩어 있던 전직 경찰 ‘광혁'(영문판 표기는 Lucas)이 되어, 등에 들러붙은 ‘그림자’와 함께 도시의 미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되감기가 정답 자판기가 아니라는 게 핵심입니다

첫째, 단서 수집이 불친절합니다. 좋은 의미로요. 현장을 확대하고 회전시켜 서랍을 열고 물건을 살펴보는데, 하이라이트나 가이드가 없고 “남은 단서 개수”만 알려줍니다. 뭘 못 봤는지는 알려주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안 알려주는 방식이죠.

둘째, 모은 단서를 코르크보드에 직접 선으로 잇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림자’의 힘으로 시간을 되감으면 사건 당시가 흑백 CCTV처럼 재생됩니다. 중요한 건 이 재생이 진실이 아니라 주인공의 추리 결과라는 점입니다. 게임메카도 “과거 회상이 100% 진실은 아니며 잘못하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모든 항목에 정답을 채우지 않아도 결론을 밀어붙일 수 있어서, 틀린 진상을 확신에 차서 발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리뷰 매체 NoobFeed(74점)가 이 설계를 “되감기가 정답 버튼이 아니라 해석의 재료”라고 표현했는데, 이 게임의 성격을 가장 정확히 짚은 한 줄이라고 봅니다.

셋째, 수사 방식이 능력치로 갈립니다. 힘(Strength)·정신(Spirit)·매력(Charm) 세 스탯을 소모해 특수 선택지를 여는데, 심리전을 걸든 뇌물을 찔러주든 그냥 두들겨 패든 알아서 하라는 식입니다. 포인트는 특정 지점이나 아이템으로만 회복되고 상점 보급품도 무한이 아니라, 노가다로 전부 뚫는 건 막아놨습니다. 초반 공장 챕터는 ‘힘’ 선택지가 유독 많은데, 게임메카 표현대로 “현실에서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겠지만 거친 공장이 배경인 탓인지 의외로 적절한 대처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아마 매력을 찍어놓고 전부 주먹으로 해결하고 있을 겁니다.

킬 더 섀도우 스크린샷 — 2.5D 픽셀로 그려진 다크 타이드 시티의 골목 풍경
출처: Steam / Shadowlight

88%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8월 20일 스팀 스토어 기준 251개 리뷰 중 88% 긍정 ‘매우 긍정적’이고, 필터를 푼 전체 327개 기준으로는 긍정 296·부정 31입니다. SteamDB 집계로는 468개 중 89.5%. 게임메카가 8월 17일 소개할 당시엔 86%, 8월 18일 [겜ㅊㅊ] 기사에서는 331명 87%였으니 표본이 늘어도 대체로 유지되는 편입니다.

다만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에 평론 리뷰가 0건이고 OpenCritic에도 점수가 없습니다. 즉 88%는 전적으로 유저 표본이고, 그 표본의 상당수가 중국어권입니다. 서구 매체 중에서는 NoobFeed가 74점을 매겼고, TheGamer가 넥스트 페스트 데모 시절 “가장 좋았던 데모 중 하나”라고 언급한 정도입니다. 스팀 동시접속 최고 기록도 621명(8월 8일)이라, 화제성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규모로 판단할 게임은 아니라는 뜻이죠.

칭찬은 대체로 일치합니다. 3D 배경에 2D 픽셀 캐릭터를 얹은 2.5D 아트, 저룡성채·침몰선 부두·폐공장 같은 구역별 개성, 방언과 어기사까지 살린 중국어 더빙 퀄리티. 게임메카가 인용한 스팀 리뷰들도 “한 편의 누아르 드라마 같다”, “중국 성우 더빙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디스코 엘리시움이나 오브라 딘 호를 비교 대상으로 꺼내는 글이 꽤 보입니다.

킬 더 섀도우 스크린샷 — 단서를 연결하는 추리 보드 화면
출처: Steam 스크린샷(IGDB 경유) / Shadowlight

좋은 점

  • 추리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정답으로 끌고 가지 않습니다. 잘못된 진상에 도달할 수 있게 열어둔 설계가 이 게임의 정체성이고, NoobFeed·게임메카가 공통으로 최대 강점으로 꼽은 지점입니다.
  • 한국어 인터페이스와 자막을 공식 지원합니다. 중국 인디 어드벤처에서 한국어가 정식으로 붙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스팀 언어표에 정식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 2.5D 아트와 중국어 풀보이스가 분위기를 확실히 잡아줍니다. 정가 16.99달러에 도전과제 41개, 무료 데모까지 있어 진입 비용도 낮습니다.

아쉬운 점

  • 추리 밀도가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집니다. 중국어 부정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적이 “뒤로 갈수록 추리는 사라지고 진행만 남는다”입니다.
  • 멀티 엔딩이 광고만큼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분기가 결말의 차분(差分) 수준이고 메인 라인은 하나라는 지적이죠.
  • 로컬 개그가 과합니다. 시대 배경과 안 맞는 현대 밈, 챕터 말미의 ‘전체 플레이어 선택 통계’ 연출이 몰입을 끊는다는 반응이 중국 리뷰에서 반복됩니다. 영어 현지화와 영어 더빙이 다소 거칠다는 언급도 있는데, 한국어 자막 품질에 대한 평가는 아직 축적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추천 대상

오브라 딘 호의 귀환·디스코 엘리시움처럼 “직접 생각해서 결론 내리는” 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가격대에서 놓치기 아까운 물건입니다.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추리 보드가 정확히 그 취향을 겨냥합니다.

픽셀 아트 누아르 분위기만 보고 오신 분도 만족할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액션은 없고 대화와 조사가 전부이니, 손이 심심한 걸 못 견디시면 맞지 않습니다.

엔딩 컴플리트나 방대한 분기를 기대하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세요. 공식·HowLongToBeat 어디에도 확정 분량 표기가 없어 정확한 볼륨은 알 수 없지만, 분기 폭에 대해서는 이미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와 있습니다. 무료 데모가 스팀에 올라와 있으니 30분만 만져보고 결정하시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마무리 한마디

스팀에서 매주 수백 개의 인디가 나오고, 그중 대부분은 이름도 못 남기고 사라집니다. 퍼블리셔와 결렬돼 스토어 페이지까지 내려갔던 학생 팀이 3년 뒤에 88%를 들고 돌아온 건, 숫자보다 그 과정이 더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단 데모부터 켜서 강아지 ‘봉구’가 왜 죽었는지 알아볼 예정입니다. 첫 사건이 개 부검이라니, 누아르치고는 소박한 출발이네요.

킬 더 섀도우 스크린샷 — 등장인물과 대화하며 선택지를 고르는 장면
출처: Steam 스크린샷(IGDB 경유) / Shadowlight

참고 출처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