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노니아 1: 기억의 실타래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폴더폰 액정 위에서 방향키를 눌러가며 몬스터를 잡던 그 게임이, 십수 년 만에 스팀 스토어에 올라왔습니다. 어제(8월 31일) 출시됐고, 9월 1일 아침 기준 스팀 유저 평가는 105개 중 90%가 긍정적입니다. 오늘은 “이게 추억팔이로 끝나는 물건인지, 아니면 8,910원 값을 하는 게임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제노니아를 하다가 문자메시지가 와서 앱이 강제 종료됐던 세대입니다.
왜 갑자기 제노니아가 스팀에?
제노니아1은 2009년 피처폰 환경에서 처음 나온 액션 RPG입니다. 지금의 컴투스홀딩스, 그러니까 당시 게임빌이 만들었죠. 더게임스데일리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이후 7개 타이틀로 이어지며 글로벌 누적 6,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그 출발점인 1편을 컴투스홀딩스와 CFK가 함께 PC로 다시 만들어 8월 31일 스팀에 정식 출시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물건은 아닙니다. 6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약 1시간 분량 데모를 먼저 풀고(더게임스데일리 6월 16일 보도), 디스코드와 스팀 토론 게시판으로 피드백을 받아가며 조작감과 UI를 다듬었다고 합니다. 그 데모의 스팀 평가는 9월 1일 기준 90개 중 81% 긍정입니다. 본편보다 낮은 이 숫자가 오히려 개발팀이 뭘 고쳤는지를 짐작하게 하죠.

리메이크가 아니라 ‘다시 구현’입니다
여기서 기대치를 정확히 맞추고 가는 게 중요합니다. 이 게임은 그래픽을 갈아엎은 리메이크가 아닙니다.
첫째, 원작의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 낮과 밤이 흐르는 시간 개념, 허기 시스템, 들 수 있는 무게 제한까지 남아 있습니다. 2009년 피처폰에서 이 요소들을 넣었다는 게 당시엔 놀라운 일이었고, 지금 다시 보면 “요즘 게임 같지 않다”는 인상의 정체이기도 하죠. 스크린샷에서 화면 하단 UI에 시계가 붙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둘째, 손본 건 ‘플레이 환경’입니다. 인벤 보도에 따르면 컴투스홀딩스 측은 “원작 특유의 스토리와 감성,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UI와 조작 편의성을 PC 환경에 맞춰 개선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스팀 버전에는 키보드·컨트롤러 지원, 픽셀아트 해상도에 맞춘 UI 재배치, 수시 저장(퀵세이브), 도전 과제, 밸런스 조정이 들어갔습니다. 스팀 상점 페이지 기준 컨트롤러는 ‘완벽 지원’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셋째, 게임 자체의 뼈대는 그대로입니다. 출생의 비밀을 지닌 주인공 ‘리그릿’이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며 마신 ‘라돈’과 맞서는 이야기고, 워리어·팔라딘·어쌔신 세 클래스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합니다. 즉 클래스마다 한 번씩 돌면 세 번은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죠. 저는 어쌔신을 고르고 3분 뒤에 후회하는 쪽입니다만.

지금까지의 평가는
출시 하루가 조금 지난 시점이라 평론 점수는 아직 없습니다. 메타크리틱·오픈크리틱 모두 집계된 점수가 없고, 국내 매체 리뷰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참고할 수 있는 건 스팀 유저 평가뿐인데, 9월 1일 오전 기준 전체 105개 중 95개가 긍정으로 90%, 등급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한국어 평가만 따로 보면 40개 중 38개가 긍정으로 비율이 더 높습니다.
다만 표본이 100개 남짓이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출시 직후 평가는 원작 팬 비중이 높게 잡히기 마련이고, 이 게임은 특히 그 편향이 클 수밖에 없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좋은 점
- 가격이 정직합니다. 정가 9,900원에 10% 할인된 8,910원으로, 요즘 인디 게임 한 편 값도 안 됩니다. 다만 이 8,910원은 출시 기념 할인가고, 스팀·인벤게임즈 모두 9월 14일까지입니다. 그 뒤엔 9,900원으로 돌아갑니다.
- 한국어는 물론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하고, 컨트롤러 완벽 지원에 수시 저장까지 들어갔습니다. “폰 게임을 PC에 그냥 올렸다” 수준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 데모가 있습니다. 아도니스 지역까지 약 1시간 분량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으니, 감성이 맞는지 지갑 열기 전에 직접 재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
- 2009년 게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퀘스트 동선, 반복 사냥, 허기·무게 관리는 당시 문법 그대로라 현대 액션 RPG의 편의성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 평론 점수도, 매체 리뷰도 아직 없습니다. 판단 근거가 사실상 스팀 유저 평가 한 줄기뿐인 시점입니다.
- 싱글 플레이 전용이고 분량도 원작 그대로입니다. 수십 시간짜리를 기대하실 자리는 아닙니다.
추천 대상
원작을 해본 분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8,910원이고, 그때 그 시스템이 그대로 있고, 이번엔 문자 오면 게임이 꺼지지도 않습니다. 클래스 세 개를 다 돌아볼 여유까지 생겼죠.
제노니아를 모르는 분, 특히 요즘 픽셀아트 액션 RPG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데모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게임의 매력 중 상당 부분은 “2009년 모바일에서 이걸 했다고?”라는 맥락에서 나오는데, 그 맥락이 없으면 그냥 옛날 방식 액션 RPG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데모가 무료니 1시간만 써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콘솔로 하고 싶은 분은 조금 기다리셔도 됩니다. 컴투스홀딩스는 닌텐도 스위치로도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한마디
리마스터라는 말이 붙은 게임들 중에는 옛날 게임을 새 액자에 넣어놓고 값만 올린 물건도 많습니다. 제노니아1은 그 반대쪽에 가깝습니다. 액자는 확실히 새로 짰는데 그림은 손대지 않았고, 가격도 만 원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이게 성의인지 한계인지는 결국 여러분이 2009년에 이 게임을 했느냐에 달려 있겠죠. 저는 데모부터 받아볼 생각인데, 무게 제한 앞에서 물약을 버릴지 갑옷을 버릴지 벌써 고민 중입니다.
참고 출처
- Steam —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 Steam — 제노니아1 Demo
- Steam 커뮤니티 — 제노니아 1: 기억의 실타래
- 인벤 — 피처폰 시절 명작이 PC로, ‘제노니아1’ 인벤게임즈서 만난다
- [인벤 — [9월 1일 간추린 뉴스] 추억 여행 시작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출시](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20243)
- 인벤 게임 캘린더 — 제노니아 1: 기억의 실타래
- 더게임스데일리 — 피처폰 명작 ‘제노니아1’, 스팀 데모로 부활
- ZDNet Korea — 컴투스홀딩스, 액션 RPG ‘제노니아1’ 스팀 출시 예고
- Steam 뉴스 —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안녕하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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