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필드 하이: 록 더 스쿨 리뷰 — ‘불리’ 후속작인 줄 알았는데, 메타 30점이 왔습니다

시계탑이 보이는 학교 앞으로 걸어가는 주인공, 노란 스쿨버스가 서 있고 화면 우하단에 월요일 오전 8시 30분 미니맵이 표시돼 있다
출처: 에이지필드 하이 공식 사이트 / Refugium Games

에이지필드 하이: 록 더 스쿨(Agefield High: Rock the School)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 고등학교, 스쿨버스, 사물함, 땡땡이. 록스타가 안 만들어준 ‘불리’ 후속작을 인디가 만들었다며 IGN·게임스팟까지 소개했던 게임인데요. 8월 12일 출시 후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가 정확히 30점으로 굳었습니다. 스팀 유저 평가도 35%. 오늘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32,000원을 쓸 이유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건 저도 즐겁지 않습니다만, 지갑을 지키는 것도 리뷰의 일이라서요.

콘셉트만 보면 반칙에 가까웠는데

개발사는 Refugium Games. 게임 내 저작권 표기가 “© Aaron Roller” 한 사람 이름이라, 사실상 개인 개발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이탈리아 매체 Everyeye.it은 이 스튜디오가 앞서 혹평받은 ‘그레이힐 인시던트’를 내놓은 곳이라는 점을 함께 짚기도 했습니다. 게임 소개는 이렇습니다.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낯선 소도시로 전학 온 샘이, 케일과 액셀이라는 친구들과 ‘학교를 뒤집자’는 계획에 합류한다는 청춘물이죠.

기능 목록만 보면 야심이 상당합니다. 8~10시간 분량의 메인 스토리, 32개 메인 미션과 두 가지 엔딩, 사이드 미션 15개, 영어·수학·지리·독일어·음악 5종 수업, 자전거·옷·헤어스타일·문신을 파는 상점, 그리고 평일 오후까지 출석해야 하는 시간·학교 시스템. 학교 캠퍼스와 주택가 둘, 시내, 시골까지 있는 소규모 오픈월드입니다. IGN은 출시 전 “재킷에 불리의 영향을 대놓고 새기고 나온 게임”이라고 소개했고, 게임스팟도 “아메리칸 파이 세대의 하이틴 코미디를 게임으로”라고 다뤘습니다.

학교 복도, 사물함 사이로 학생들이 오가는 장면
출처: 에이지필드 하이 공식 사이트 / Refugium Games

그런데 출시일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첫째, 게임이 완주가 안 됐습니다. TechTimes 보도에 따르면 두 명의 리뷰어가 크래시 때문에 게임을 끝내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세이브 데이터까지 날아갔습니다. 리뷰용 코드를 받은 기자가 엔딩을 못 보는 상황은 흔치 않죠.

둘째, 이 게임의 간판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출석 시스템, 그러니까 “수업에 들어갈지 땡땡이칠지”라는 이 게임 전체의 리듬을 만드는 장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세이브를 학교에서 해도 로드하면 침실에서 시작하는 식의 버그도 함께 보고됐고요. 학교 게임에서 학교 시스템이 고장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셋째, 기술 문제를 걷어내도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리뷰들은 미션 구성, 전투, 그리고 오픈월드 자체가 비어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짚었습니다. 8월 21일 기준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는 7개 매체 집계로 30점이고, 그 구성이 꽤 노골적입니다. 긍정 0개, 복합 1개, 부정 6개. 개별 점수는 Everyeye.it 50점, Gaming Nexus 40점, The Wand Report 30점, Game8 28점, Voxel·Gameliner·Gamer Social Club 각 20점입니다. 메타크리틱에 등재되지 않은 WayTooManyGames는 10점 만점에 2점을 줬고요. 이 정도로 점수가 몰리면 개별 매체의 취향 문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잔디밭을 자전거로 달리는 주인공, 화면 우하단에 월요일 오전 10시 55분 미니맵이 표시돼 있다
출처: Steam / Refugium Games

스팀 유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더게이머가 8월 21일 오전에 확인한 스팀 유저 평가는 839개 중 35% 긍정,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출시 당일 825개 중 35%였으니 열흘 가까이 지나도 비율이 거의 그대로입니다. 초반 폭격 뒤 반등하는 패턴이 아니라는 얘기죠. 한국어 리뷰는 3개인데 전부 부정입니다. 표본이 작으니 이 숫자로 국내 여론을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흥미로운 건 스토어 페이지에 개발자가 직접 써둔 “이런 분은 사지 마세요” 목록입니다. AAA급 오픈월드를 기대한다면, 깊은 RPG를 원한다면, 멀티플레이를 원한다면 넘기라고 솔직하게 적어놨거든요. 기대치 관리 자체는 정직했습니다. 문제는 그 목록에 “출시 시점에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가 빠져 있었다는 거죠.

좋은 점

  • 콘셉트와 시대 재현은 살아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 고등학교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게임은 여전히 드물고, 공식 사이트에 걸린 키비주얼과 스크린샷의 분위기 자체는 준수합니다.
  • 개발자가 스토어 페이지에 “이런 분은 사지 마세요” 목록을 직접 적어 기대치를 낮춰뒀습니다. 규모를 과장하지 않은 태도는 평가할 만합니다.
  • 사실상 1인 규모 개발로 32개 메인 미션, 두 가지 엔딩, 소규모 오픈월드를 만들어낸 야심 자체는 인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어 인터페이스·자막도 지원합니다.

아쉬운 점

  • 출시 시점의 완성도가 문제였습니다. TechTimes에 따르면 리뷰어 두 명이 크래시로 완주에 실패했고 세이브가 손상됐으며, 간판 기능인 출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평론 점수가 사실상 전멸입니다.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30점(7개 매체 중 긍정 0·복합 1·부정 6)이고, 가장 후한 점수가 Everyeye.it의 50점입니다. 메타크리틱 유저 스코어도 10점 만점에 3.7점입니다.
  • 유저 평가가 반등하지 않고 있습니다. 8월 21일 기준 839개 중 35% 긍정으로, 출시 당일 비율과 사실상 동일합니다.

추천 대상

불리 후속작을 기다려온 분 — 지금은 아닙니다. 기대치가 높을수록 실망이 큰 구성이고, 무엇보다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패치 이후 스팀 ‘최근 평가’가 움직이는지 확인한 뒤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2000년대 하이틴 감성 하나만 보고 오신 분 — 굳이 지금 32,000원을 쓸 이유는 약합니다. 정 궁금하시면 스팀 환불 규정(플레이 2시간 미만, 구매 14일 이내)이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사자마자 켜서 판단하세요.

인디 개발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려는 분 — 그 선택 자체는 존중합니다. 다만 지금 상태를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다르니, 위 내용을 감안하고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마무리 한마디

야심이 컸다는 건 스크린샷만 봐도 알겠습니다. 문제는 야심과 완성도가 같이 가지 않았다는 거고, 그 간극을 가장 크게 얻어맞는 쪽이 개인 개발자라는 것도 씁쓸한 부분입니다. 이런 게임은 반년 뒤에 조용히 고쳐져서 “지금은 할 만하다”는 평이 붙기도 합니다. 그때가 오면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진짜 불리를 다시 깔지, 아니면 그냥 제 고등학교 시절을 미화하고 말지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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