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타워(Sovereign Tower)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8월 첫째 주는 빅 워크, 필드 오브 미스트리아, 리스토리, 아이언 네스트가 한꺼번에 쏟아진 주간이었습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프랑스 인디 스튜디오의 텍스트 기반 경영 RPG가 조용히 메타크리틱 86점, PC 게이머 91점을 받아 갔습니다. 오늘은 “이 게임이 왜 그렇게 평이 좋은지”, 그리고 “선택지 게임 좋아하는데 한글 되는 신작 찾던 분이라면 지금 사도 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센병 환자가 어느 날 황제가 됐습니다
주인공부터 특이합니다. 게임메카 [숨신소] 8월 10일 기사가 정리한 설정을 그대로 옮기면, 제국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던 한센병 환자가 황제를 잃은 백색 탑에 도착합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예언이 들리고 손에 은색 열쇠가 생기더니, 그대로 백색 탑의 황제가 되어버립니다. 갑작스럽지만 예언은 따라야 하는 법이죠.
기본 정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개발은 프랑스의 와일드 위츠 게임즈(Wild Wits Games), 퍼블리셔는 영국 커브 게임즈(Curve Games), 스팀 출시는 8월 6일(국내 기준 7일)입니다. 가격은 15% 할인 적용 2만 820원이고, 한국어를 지원합니다. 스팀 덱 검증(Verified)도 받았습니다.
평가 숫자도 봐두겠습니다. 8월 19일 기준 스팀 유저 평가는 2,125개 중 1,956개 긍정으로 ‘매우 긍정적’ 92%입니다. 한국어 리뷰만 따로 보면 90개 중 85개가 긍정이라 국내 반응도 거의 동일하죠. 평론가 쪽은 메타크리틱 86점, OpenCritic은 ‘Mighty’ 89점입니다.
낮에는 청원을 듣고, 밤에는 기사를 파견합니다
첫째, 낮에는 알현입니다. 귀족과 평민이 매일 찾아와 서로 다른 요청을 들이밉니다. 게임메카가 든 예시가 이해하기 좋은데요, 도로를 깔아달라는 청원에 마법을 써서 쾌적한 국도를 만들어주면 백성과 상인의 지지가 오르지만 국고가 크게 빕니다. 물론 “알아서 다니세요”라고 거절할 수도 있죠. 이 게임을 지탱하는 지지도는 상인·학자·귀족·백성 네 갈래인데, 한쪽을 챙기면 다른 쪽이 상하는 구조라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은 애초에 없습니다.
둘째, 퀘스트는 기사를 보내서 해결합니다. 기사마다 힘·민첩·카리스마·행운·마법·재치 능력치와 고유 특성이 있고, 퀘스트는 특정 능력치를 요구합니다. 재밌는 건 특성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입니다. 첫 영입 기사 안젤리카는 ‘동물 애호가’라, 짐승을 사냥하는 퀘스트에 보내면 우호도가 떨어지고 실패 확률도 오릅니다. 반대로 PC 게이머의 프레이저 브라운은 바로 그 특성 덕에 안젤리카가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짐승들을 진정시켜 문제를 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감으로 지르는 게 정답일 때가 있다는 거죠.
셋째, 기사들은 말이 통하는 사람입니다. 이게 이 게임의 핵심 매력인데, 기사들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 제안을 들고 옵니다. 브라운은 자기 기사가 “라이벌의 아들을 납치해 정신을 흔들자”고 먼저 제안했고, 반란 지도자를 협상 대신 암살하는 선택지도 그 기사 덕에 열렸다고 썼습니다. 참고로 본인이 이긴 경마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전부 의문사한 것도 그 기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반대로 기사의 만족도를 방치하면 원탁에 빈자리가 생깁니다. 능력치는 처음부터 다 보이지도 않아서,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보좌관에게 뒷조사를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하에는 악마가 삽니다
이제 이 게임이 왜 86점을 받았는지 나오는 부분입니다. 탑 지하 납골당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악마가 봉인돼 있고, 플레이어는 언제든 이 악마와 거래해 시계를 되감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잘 만들었다 싶은 건, 게임이 플레이어의 ‘미래 지식’을 계속 인정해준다는 점입니다. 되돌아간 세계에서는 “네가 무슨 말 할지 안다” 같은 신규 선택지와 행동이 열리고, 이미 읽은 대사와 설명은 건너뛸 수 있습니다. 암살을 막고, 전쟁을 시작 전에 끝내고, 갈라진 세력을 붙일 수 있죠.
그런데 대가가 있습니다. 기사의 죽음을 되돌리면, 그 죽음에서 파생됐던 모든 가능성도 같이 지워집니다. 그 사건 때문에 만났을 기사, 얻었을 동맹, 손에 들어왔을 유물이 통째로 사라지는 겁니다. PC 게이머는 이 시스템을 두고 “게임에서 본 시간여행 구현 중 최고”라 평했고, 개발사가 최강 메커니즘을 아예 안 써도 되게 열어둔 것을 “큰 도박이었지만 나머지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통했다”고 정리했습니다. 실제로 브라운은 첫 회차에 시간을 딱 한 번만 되돌렸는데도 충분히 재밌었다고 썼죠.

좋은 점
- 시간 되돌리기가 ‘실수 무르기’가 아니라 ‘분기 확장’으로 설계됐습니다. 되돌릴수록 새 선택지가 열리는 대신 기존 인연과 보상이 사라져서, 매번 진짜 고민이 됩니다.
- 기사들에게 자율성이 있습니다. 먼저 대안을 제안하고, 능력치와 특성이 결과를 뒤집으며, 방치하면 원탁을 떠납니다. 말이 아니라 동료로 굴러가는 셈이죠.
- 한국어를 지원하는 텍스트 게임입니다. 게임메카에 실린 국내 유저 반응도 “이벤트가 많고 분기점도 다양해 다회차 가치가 충분하다”, “이게 왕국이야 동네 길드야” 같은 호평 위주입니다.
아쉬운 점
- 코지한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PC 게이머 표현대로 “사방에 불이 났는데 끌 기사는 늘 부족한” 게임이라, 편하게 힐링하려던 분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 1회차가 6시간 안팎으로 짧은 편입니다. 다회차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라, 한 번 클리어하고 덮는 스타일이라면 2만 원대 가격이 조금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결국 읽는 게임입니다. 전투 연출이나 액션을 기대하면 안 되고, 텍스트 분량 자체가 만만치 않습니다.
추천 대상
레인즈(Reigns)·디스패치류를 좋아한 라이트 유저 — 지금 사도 됩니다. PC 게이머는 이 게임을 “레인즈의 기본기를 가져와 훨씬 길게 늘리고 그 자리를 정교한 스토리와 묵직한 롤플레잉으로 채운 물건”이라 설명했습니다. 게임메카가 붙인 국내 유저 한 줄 평 “디스패치와 아서왕 전설의 만남”도 정확한 요약이죠.
선택지 게임 고인물 — 시간 되돌리기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볼 값은 합니다. 다만 최적해를 찾는 전략 게임이라기보다 “여러 타임라인을 수집하는 게임”에 가깝다는 점은 감안하세요.
중세 판타지·경영 시뮬 팬 — 자원 그래프를 굴리는 정통 경영 시뮬을 기대했다면 결이 다릅니다. 숫자보다 사람과 사건을 관리하는 게임이니, 캐릭터에 정 붙이는 타입인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마무리 한마디
시간여행을 다루는 게임은 많지만, 대부분은 “세이브 로드의 서사적 포장”에서 멈춥니다. 소버린 타워는 되돌리는 순간 좋았던 것까지 같이 지워버림으로써, 되돌리지 않는 선택에도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죠. 저는 아마 기사 하나 잃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시계를 되감고는 “그때 그 기사는 어디로 갔지” 하며 새 타임라인을 헤매고 있을 것 같습니다. 폐하 노릇도 쉽지 않네요.
참고 출처
- Steam — Sovereign Tower
- [게임메카 — [숨신소] 디스패치와 아서왕 전설의 만남, 소버린 타워](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78941)
- PC Gamer — Sovereign Tower review (91점)
- Metacritic — Sovereign Tower
- OpenCritic — Sovereign Tower
- Curve Games — Sovereign Tower 공식 페이지
- CGMagazine — Sovereign Tower (PC) Review
- The Punished Backlog — Sovereign Tower Review: A Medieval Management Delight
- GosuGamers — Review: Sovereign Tower is a medieval management RPG where every choice haunts your reign
- TechTimes — Sovereign Tower Review: Medieval RPG’s Time-Rewind Earns Metacritic 86 at Launch
- 루리웹 — 스팀 소버린 타워 이거 재밌다
- GameGrin — Top-rated Steam PC Games Released Last Week (3rd–9th of August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