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피리아 리뷰로 오늘 하루를 열어보겠습니다. 2018년 <던그리드>로 “국산 인디도 이런 거 만든다”를 증명했던 팀 호레이가, 무려 7년을 잠수 타고 돌아왔습니다. 7월 31일 얼리 액세스를 졸업하고 정식 출시됐는데, 한국어 평가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오늘 답해볼 질문은 세 개입니다. 이 게임이 던그리드의 이름값을 하는지, 로그라이크를 많이 해본 사람에게도 새로운지, 그리고 지금 사도 될지. 참고로 저는 던그리드 도전과제를 못 깨고 도망친 전적이 있습니다.
7년 잠수한 개발사가 돌아왔습니다
<던그리드>는 2018년에 나와 8년 동안 스팀 리뷰 1만 4천 개 이상을 쌓으며 ‘매우 긍정적’을 유지한 게임입니다. 그런 개발사가 후속작 소식 없이 몇 년을 보내면 팬들은 슬슬 불안해지죠. 디스이즈게임은 이 상황을 두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던그리드 첫 출시 이후 무려 7년 만에 스팀을 통해 세피리아를 얼리 액세스로 공개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게 2025년 4월 3일이고, 딱 1년 3개월 뒤인 2026년 7월 31일 정식 출시를 알렸습니다.
성적표부터 보겠습니다. 스팀 기준 전체 평가는 ‘매우 긍정적’, 구매자 평가 6,724개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언어별 온도차입니다. 한국어 평가는 3,299개에 96% 긍정으로 ‘압도적으로 긍정적’, 영어 평가도 1,179개에 압도적으로 긍정적입니다. 최근 30일 기준으로는 1,235개 중 91%가 긍정적이라 살짝 낮아졌지만, 정식 출시 직후 유입이 몰리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치죠. 국내 매체 평가도 좋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8.3점을 주며 “빠른 성장과 폭발적인 시너지의 잠재력에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한 줄 평을 남겼습니다.
던그리드였는데, 위에서 봅니다
전작을 해보신 분이라면 첫인상이 익숙할 겁니다. 2등신 픽셀 캐릭터, 특유의 한국어 폰트, 인터페이스 배치까지 팀 호레이의 지문이 그대로 찍혀 있거든요. 대신 시점이 사이드뷰에서 탑다운으로 바뀌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걸 “전작을 마냥 답습했다기보다 팀 호레이라는 개발사만의 색채와 개성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고 봤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던그리드를 재탕한 게 아니라, 같은 손으로 다른 장르 문법을 다시 짠 쪽에 가깝습니다.
구조는 로그라이크의 정석입니다. 한 층에 구역 3~4개, 구역마다 방 4~8개를 돌고 보스전을 거쳐 다음 층으로 갑니다. 구역을 빠져나오면 갈림길이 열려서 원하는 이벤트가 있는 쪽을 고를 수 있고요. 여기까지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소리가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서 뭐가 다르냐면
첫째, 인벤토리가 퍼즐입니다. 아티팩트를 그냥 먹고 끝이 아니라 인벤토리 칸에 ‘배치’해야 하고, 석판을 한 칸 희생해서 옆에 놓인 아티팩트의 레벨을 올립니다. 아티팩트마다 최대 레벨이 달라서 어디에 뭘 놓느냐가 곧 성능입니다. 디스이즈게임 리뷰어는 이걸 “일종의 묘수풀이”, “별도의 미니 게임을 즐기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중후반이 되면 전투보다 가방 정리에 시간을 더 쓴다는 이야기죠. 저는 이 대목에서 이 게임이 제 취향임을 확신했습니다. 인벤토리 테트리스에 진심인 사람들 있잖아요.
둘째, 콤보 시너지를 게임이 대놓고 도와줍니다. 같은 속성 아티팩트를 모으면 단계별 추가 효과가 붙는 구조인데, 특이한 건 같은 아이템을 또 먹어도 별개로 인식돼 콤보가 쌓인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아티팩트 선택지가 매번 다섯 개씩 뜨고 리롤도 넉넉하며, 특정 속성이 잘 나오도록 확률을 보정하는 장치와 원하는 아티팩트를 들고 시작하는 옵션까지 있습니다. 즉 “운이 나빠서 빌드가 안 나왔다”는 변명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빌드를 설계하는 재미에 몰빵한 설계죠.
셋째, 무기가 실질적으로 바뀝니다. 기본 6종인데 무기마다 해금 가능한 고유 업그레이드가 50개 이상입니다. 능력치만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기의 사용 방식 자체를 갈아엎는 선택지가 섞여 있고, 보유한 콤보에 따라 특정 강화의 효율이 폭발하거나, 특정 강화를 골라야만 등장하는 아티팩트도 있습니다. 무기·아티팩트·콤보가 서로를 물고 도는 구조라 조합의 가짓수가 상당합니다.
넷째, 반복 플레이의 보상이 명확합니다. 클리어 후 사파이어로 ‘운명 각인’이라는 영구 업그레이드를 새기는데, 한두 개만 찍어도 체감이 확 옵니다. 하드 모드는 전작처럼 단계만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하데스>처럼 플레이어가 제약 항목을 직접 골라 난이도를 올리는 형태고, 특정 단계마다 추가 재능 포인트를 줍니다. 난이도를 올릴지 말지를 플레이어가 통제한다는 점에서 훨씬 합리적입니다.

전투는 짧고 굵습니다
전투 템포가 상당히 빠릅니다. 초반부터 적 공격 한 방이 최대 체력의 5분의 1가량을 깎아서 몇 대만 맞으면 진행이 버거워지는데, 반대로 플레이어 공격도 그만큼 셉니다. 방에 들어가면 금방 정리되고, 세팅만 갖춰지면 보스도 순식간에 눕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 빠른 템포가 “게임의 재미에서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짚었는데, 실제 플레이 영상들을 보면 한 판이 지루하게 늘어지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맞으면 저도 순식간에 눕겠지만요.
분량은 모든 챕터 클리어 기준 대략 15~20시간으로 정리됩니다. 6개 챕터, 적 60종 이상, 고유 보스 10종 이상. 로그라이크 장르 특성상 파고들면 훨씬 늘어나고요. 8,900원짜리 게임 치고는 넉넉한 편입니다.
좋은 점
- 인벤토리 배치와 콤보 시너지가 이 게임만의 정체성입니다. 아티팩트 선택지 5개에 넉넉한 리롤, 확률 보정 장치까지 갖춰서 “원하는 빌드를 설계한다”는 로그라이크의 핵심 재미를 아주 직선적으로 제공합니다.
- 한국어 지원이 인터페이스·자막 모두 완벽하고, 한국어 평가 3,299개 중 96%가 긍정적입니다. 국산 개발사 게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확실한 강점이죠.
- 최대 4인 온라인 협동을 지원합니다. 던그리드 시절에는 없던 요소이고, 아이템 거래와 부활까지 되니 친구와 함께 켜기 좋습니다.
아쉬운 점
- 운명 각인 해금을 위한 반복 플레이가 지루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도 단점 항목에 이걸 먼저 올렸습니다. 초반에는 각인 없이 굴려야 하는 구간이 있다는 뜻이죠.
- 아티팩트와 콤보 사이 밸런스 이슈가 남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합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특정 조합이 지나치게 강한 상황도 따라옵니다.
- 스토리는 챕터 단위로 진행되지만 “다소 전형적이고 왕도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서사를 보러 오는 게임은 아닙니다.
추천 대상
던그리드를 재밌게 했던 분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같은 개발사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고, 장르 이해도는 확실히 올라갔습니다. 시점이 바뀐 만큼 완전히 같은 게임을 기대하시면 안 되지만, 그 변화가 손해로 느껴지지는 않을 겁니다.
로그라이크를 처음 하시는 분에게도 문턱이 낮은 편입니다. 아티팩트 선택지가 넉넉하고 확률 보정 장치가 있어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서 죽는” 상황이 적습니다. 한국어가 완벽하게 지원되고 무료 데모도 있으니 먼저 받아보셔도 됩니다.
로그라이크 고인물이라면 갈림길 시스템이나 콤보 자체는 익숙할 겁니다. 대신 인벤토리 배치라는 퍼즐 레이어와 무기당 50개 이상의 업그레이드가 새로운 놀거리입니다. 빌드 연구를 좋아하시는 분일수록 만족도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가격은 정가 14.99달러인데 출시 기념 40% 할인으로 8.99달러, 할인은 8월 10일까지입니다. 던그리드 묶음 상품도 있으니 전작을 안 해보셨다면 그쪽도 확인해 보세요.

마무리 한마디
7년은 인디 개발사에게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동안 로그라이크 장르는 하데스가 기준을 다시 세웠고, 시장은 훨씬 빡빡해졌죠. 그 사이를 뚫고 나온 결과물이 한국어 평가 96% 긍정이라면, 팀 호레이는 자기 숙제를 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제 인벤토리 배치 실력인데, 아마 최적화된 배치를 찾느라 밤을 새우고 정작 보스한테 세 방 맞고 눕는 쪽이 유력합니다. 탑에서 뵙겠습니다.
참고 출처
- [디스이즈게임 — [리뷰] 7년 만에 증명한 팀 호레이의 단단해진 내공, ‘세피리아’](https://www.thisisgame.com/articles/428496)
- [게임메카 — [숨신소] 토끼 등장! 던그리드 개발사 신작 ‘세피리아’](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60001)
- Steam — 세피리아 스토어 페이지
- 팀 호레이 공식 사이트 — Sephiria
- Steam — 세피리아 정식 출시 예고 뉴스
- GameGrin — 지난주 스팀 고평가 신작(7월 27일~8월 2일)
- 인디게임닷컴 — Sephiria Review: TEAM HORAY’s Chibi Rabbit Action Roguelite Graduates From Early Access
- Metacritic — Sephiria 평점 페이지
- 에이스 퀘스트 — 탑다운 액션 로그라이트 세피리아 리뷰
- Steam — Dungreed 스토어 페이지
